여름철은 사람들의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계절입니다. 등산, 캠핑, 농작업, 산책 등으로 자연과의 접촉이 잦아지는 이 시기에는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바로 ‘진드기’입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국내에서 급증한 작은소참진드기(Haemaphysalis longicornis)로 인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사례는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SFTS는 아직 뚜렷한 치료법이나 백신이 없어 사망률이 매우 높고, 감염 후 증상도 일반적인 감기나 위장염과 유사해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은소참진드기의 생태적 특성과 함께 진드기 감염병의 위험성, 치사율, 예방 수칙, 그리고 우리가 일상에서 어떻게 실천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작은소참진드기 생태와 특징
진드기는 거미강(Aracnida)에 속하는 절지동물로, 세계적으로 800여 종이 있으며 그중 사람과 동물에 질병을 옮기는 종류는 약 30여 종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작은소참진드기는 국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종류 중 하나입니다. 이 진드기는 2013년부터 국내에서 감염 사례가 급증하며 일반 대중에게도 이름이 알려졌습니다.
작은소참진드기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크기: 성충 상태의 진드기는 3mm 안팎으로 작아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습니다. 흡혈 시 몸이 부풀어 최대 10mm까지 커질 수 있습니다.
- 생식 특성: 수컷 없이도 번식이 가능한 ‘무수정 단위생식’을 통해 한 마리만 있어도 수천 마리로 증식할 수 있습니다.
- 서식지: 풀숲, 잔디밭, 낙엽 밑, 들판, 산길, 가축이 자주 다니는 길목, 반려동물의 외출 경로 등 다양한 곳에 서식합니다.
- 활동 시기: 3월부터 11월까지 활동하지만, 특히 6~9월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활동량과 감염 가능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 생활사: 알 → 유충 → 약충 → 성충 단계를 거치며, 각각의 단계마다 흡혈이 필요해 총 3회 이상의 흡혈 과정이 있습니다.
작은소참진드기는 ‘야외에서만 만나는 벌레’라는 인식을 깨야 할 정도로 도심 공원, 반려동물 산책 코스, 심지어 텃밭이나 옥상정원 같은 장소에서도 쉽게 발견됩니다. 또, 옷을 타고 올라와 피부에 부착하거나 반려동물의 털에 숨어 함께 집 안으로 들어오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벌레보다 훨씬 은밀하고 강인한 생존력을 가진 만큼 그 위험성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진드기 매개 감염병과 치사율
진드기는 단순히 가려움증이나 피부 자극만 일으키는 벌레가 아닙니다. 바이러스, 세균, 리케차 등 다양한 병원체를 옮기는 매개체로 작용하며, 일부 감염병은 사망률이 30%를 넘기도 합니다.
1.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병원체: SFTS 바이러스 (Bunyavirus 계열)
전파 경로: 작은소참진드기 물림 → 사람 감염
잠복기: 평균 6~14일
주요 증상: 갑작스러운 고열, 구토, 설사, 근육통, 식욕 부진, 백혈구 및 혈소판 감소
중증 증상: 출혈, 신경 증상, 다발성 장기부전, 혼수상태
치사율: 평균 20%, 65세 이상 고령자는 30% 이상
특히 SFTS는 아직 백신이나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없어, 빠른 대처와 증상 관리가 유일한 생존 수단입니다. 고령자, 면역 저하자, 만성질환자일수록 중증으로 발전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여름철 야외활동을 할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2. 기타 진드기 매개 감염병
- 라임병: 피부 발진, 관절통, 심장 이상 유발. 주로 북미·유럽 중심이지만 국내에도 점차 발생 사례 보고
- Q열: 주로 소, 양, 염소 등의 가축과 접촉한 사람에게서 발생. 고열, 폐렴, 간기능 이상
- 바베시아증: 적혈구 파괴 → 빈혈, 황달, 고열 유발. 반려동물에게도 전염 가능
- 진드기 매개 뇌염: 신경계 침범으로 혼수, 마비 유발 가능
진드기 감염병은 대부분 공통적으로 초기 증상이 비특이적이라 일반 감기, 장염, 피로 등으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이로 인해 병원 내원 시기를 놓쳐 중증으로 악화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여름철 진드기 예방수칙과 대응요령
진드기 예방의 핵심은 접촉 자체를 피하는 것입니다. 한 번 물리면 제거 방법, 병원 방문, 검사, 감염 가능성 등의 절차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사전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1. 야외활동 시 행동 수칙
- 긴 옷 착용: 긴팔, 긴바지, 양말로 피부 노출 최소화
- 밝은색 의류: 진드기를 눈으로 식별하기 용이
- 모자 및 장갑 착용: 머리, 손목 보호
- 풀숲, 낙엽 위 피하기: 직접 앉거나 눕지 말 것
- 진드기 기피제 사용: DEET, 이카리딘 성분 포함 제품 추천
- 야외활동 후 즉시 샤워 및 옷 세탁: 물리적 제거
2. 반려동물 관리
- 산책 후 털 점검 필수
- 진드기 예방 약물 정기 사용
- 반려동물 진드기 발견 시 병원 내원
3. 물렸을 경우 대처법
- 진드기를 절대 맨손으로 제거하지 말 것
- 핀셋으로 피부 가까이에서 천천히 수직으로 제거
- 제거 후 해당 부위 소독 → 병원 내원
- 열, 구토, 근육통 등 이상 증상 있으면 즉시 감염내과 진료
질병관리청에서는 매년 진드기 감염병 발생 현황 및 예보 지수를 발표하고 있으며, ‘감염병포털’이나 ‘국가예방접종 정보센터’에서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6~9월 고위험 시즌에는 전국 캠핑장, 등산로, 공원 등에서 진드기 경보가 자주 발령되므로 외출 계획 전에 체크하는 습관도 필요합니다.
결론
진드기는 단순한 해충을 넘어 치명적인 감염병을 옮기는 고위험 생물입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작은소참진드기의 활동이 극대화되며, SFTS와 같은 고치사율 바이러스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그 위험성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평소 생활 속에서 진드기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야외활동 시 복장, 기피제 사용, 반려동물 점검, 샤워 습관 등을 철저히 실천함으로써 감염병 예방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