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은 더 이상 단순히 여름철 불쾌한 날씨가 아닙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가 고온 현상에 시달리며, 특히 한국은 2024년과 2025년 연이어 폭염 일수가 30일을 초과하는 지역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극단적인 기후 상황 속에서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된 집단은 바로 고령자층입니다. 65세 이상의 노인은 체온 조절 기능이 저하되고, 만성질환 보유율도 높아 폭염에 매우 취약합니다. 폭염 속 고령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건강 위험 요소를 중심으로, 열사병과 탈수, 응급대처 요령, 그리고 일상 속 예방 방안까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열사병 위험성과 고령자의 체온 조절 한계
고령자가 폭염에 취약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체온 조절 능력 저하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인체는 온도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지고, 말초혈관 수축, 땀 분비 감소, 심박수 조절능력 저하 등의 생리적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러한 변화는 고온 환경에서 신속하게 반응하지 못하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열사병(Heat Stroke)과 같은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열사병은 일반적으로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상승하고, 의식 저하, 혼란, 두통, 구토, 경련 등을 동반합니다. 특히 어르신들은 이같은 증상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거나 “괜찮다”며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위험성이 배가됩니다. 2023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폭염 관련 온열질환자 중 65세 이상 고령자의 비율은 전체의 58.7%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특히 도심 외곽, 농촌 지역의 독거노인은 에어컨을 켜지 않거나 고장이 나도 신고하지 못해 고립된 채 사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열사병은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예방이 최우선입니다. 무더위 시간대(오후 12시~5시)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외출 시에는 모자, 양산, 밝은색의 얇은 옷 등을 착용해 햇볕 노출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통풍이 잘 되는 실내 공간에서 1~2시간에 한 번씩 냉기 순환을 해주고, 필요시에는 손목, 발목, 목 뒤 등 주요 부위를 물수건으로 식혀주는 것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한편 고령자는 에어컨 사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 조작의 어려움, 냉방기기 작동 원리에 대한 이해 부족이 원인입니다. 이에 대해 정부 및 지자체는 에너지 바우처 제도, 냉방비 지원사업, 원터치 냉방 리모컨 보급 등을 시행하고 있으며, 실질적 혜택이 당사자에게 전달되도록 제도적 안내와 홍보가 절실합니다.
탈수 증상과 수분 섭취의 중요성
폭염이 장기화될수록 고령자의 탈수는 단순한 갈증 문제를 넘어 생명 위협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고령자의 몸은 체수분 함량이 청년층보다 10~15% 낮고, 신장 기능의 저하로 인해 수분 저장과 배출 기능도 떨어져 탈수에 쉽게 노출됩니다.
탈수는 혈액을 진하게 만들고, 이는 곧 혈전 형성 위험 증가, 심장 부담 증가, 뇌졸중 유발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탈수 상태에서 어지럼증을 느끼게 되면 낙상사고로 연결돼 골절, 외상 등 이차 질병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혈압 약물이나 이뇨제를 복용 중인 경우 탈수 속도는 더 빨라집니다.
하지만 고령자 다수는 탈수 상태를 자각하지 못합니다. 이는 신체 감각이 둔화됐기 때문이며, 실제로 많은 어르신이 갈증을 거의 호소하지 않거나 “물맛이 싫다”며 마시지 않으려 합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체계적인 수분 섭취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 고령자 수분 섭취 요령
- 시간 설정: 아침, 점심, 저녁 전후, 잠자기 전 등 특정 시간마다 ‘물마시기 알림’을 설정해 루틴화
- 음료 대체 활용: 보리차, 미지근한 물, 스포츠 음료(당 함량 주의), 수분 함량 높은 과일이나 국물로 대체
- 습관화 도구: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물병을 놓고, 마신 양을 체크할 수 있는 수첩 혹은 앱 사용
더불어 탈수를 예방하려면 식단도 중요합니다. 여름철엔 입맛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식사량도 줄어드는데, 이는 수분과 전해질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된장국, 미역냉국, 채소죽, 수박무침 같은 수분과 영양이 함께 들어간 음식을 권장하며, 땀을 많이 흘린 날은 이온음료나 소량의 소금을 함께 보충하는 것도 좋습니다.
지자체 운영 무더위쉼터에서는 냉방이 잘 되는 공간뿐 아니라 수분 보충용 음료도 제공하고 있으며, 방문보건인력과 자원봉사자가 정기적으로 탈수 체크 및 음료 섭취 지도를 시행하는 모델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요양시설, 재가센터, 경로당 등 복지시설에서는 수분 섭취 프로그램을 필수화하는 것도 권장됩니다.
응급상황 발생 시 대처법과 사전 예방 조치
고령자 폭염 질환은 다수의 경우 ‘예고 없이 갑작스레’ 발생합니다. 열사병, 탈수, 심장 쇼크 등의 증상은 종종 ‘무기력함’이나 ‘졸음’ 정도로 인식되다가 급속히 악화되므로, 주변인의 즉각적인 대처가 생명을 좌우합니다.
✅ 응급증상 시 행동요령
- 의식 혼미, 어지럼증 발생: 즉시 그늘이나 시원한 실내로 옮기고, 바닥에 눕힌 뒤 다리를 살짝 들어 혈류를 뇌로 보냅니다. 꽉 조인 의복은 느슨하게 풀고, 물수건으로 목·겨드랑이·무릎 뒤를 지속적으로 냉각합니다.
- 체온이 39도 이상일 경우: 병원 이송이 필요합니다. 단순 냉방으로 체온 하강이 어렵다면 구급차(119)를 요청해야 하며, 이송 중에도 냉찜질을 계속 시행해야 합니다.
- 구토, 경련, 혼수 증상: 고도 열사병 혹은 전해질 불균형에 따른 쇼크 상태일 가능성이 있으며, 자가 처치는 금지됩니다. 응급실에서 정맥 수액, 약물 치료, 산소 공급 등의 전문 처치가 필요합니다.
✅ 응급상황 예방 조치
- 건강 체크 루틴화: 매일 아침과 저녁 혈압·체온·맥박을 측정하고 기록합니다.
- 비상연락망 구축: 독거노인의 경우 가족 또는 이웃, 지자체 담당자와 비상시 연락 체계를 구축합니다.
- 에어컨과 선풍기 적절 사용법 교육: 조작이 어려운 고령자를 위해 음성지원형 냉방기기, 전용 리모컨을 보급하거나 교육합니다.
- 스마트워치, 낙상감지센서 등 활용: ICT 기술을 통해 응급상황을 조기에 감지하는 시스템이 보급 중이며, 특히 홀몸 어르신 가정에 효과적입니다.
📍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
- 행안부 무더위 쉼터 확대 운영 – 전국에 약 7만여 개소 운영 중이며, 실시간 쉼터 위치는 안전디딤돌 앱을 통해 확인 가능
- 독거노인 보호 서비스 – 방문요양·생활지원사 등이 폭염기에는 1일 1회 이상 전화 또는 직접 방문을 실시
- 에너지 바우처 지원 –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에게 여름철 전기요금 일부 지원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가 존재합니다. 실제 수혜를 받는 고령자는 전체의 40% 미만이며, 신청 과정이 복잡하거나 안내 부족으로 인해 수혜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주민센터, 복지관, 지역 의원 등과 연계된 적극적 안내 시스템과 ‘찾아가는 돌봄’ 서비스 확대가 필요합니다.
결론: 모두의 관심이 고령자의 생명을 지킵니다
폭염은 날씨 문제가 아닌 ‘사회적 재난’입니다. 특히 고령자에게는 단 하루의 무더위가 생명과 직결되는 위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열사병, 탈수, 응급질환은 조기 예방과 교육, 그리고 일상 속 돌봄체계 구축만으로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습니다. 가족, 지역사회, 제도 모두가 연대하여 ‘폭염 속 고령자의 건강’을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가야 할 때입니다.